老子

덕경 49 無常心

무위당 2011. 4. 6. 09:19

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善者 吾善之 不善者 吾亦善之

德善

信者 吾信之 不信者 吾亦信之

德信

聖人在天下歙歙爲天下渾其心

百姓皆注其耳目 聖人皆孩之

 

성인은 마음에 고정된 바가 없으며, 백성들의 마음으로써 자기 마음을 삼는다.

나에게 선하게 하는 사람에게 나는 선하게 대하며,

나에게 불선한 사람에게도 나는 마찬가지로 선하게 대한다.

덕은 선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믿는 사람을 믿으며, 나를 믿지 않는 사람도 나는 역시 믿는다.

덕은 믿음이기 때문이다.

성인은 천하를 다 받아들여 흐리게 하여,

백성들이 모두 그를 쳐다보고 말을 들으려 하지만 성인은 백성을 모두 어린 아이로 볼 뿐이다.

 

歙  쭈그릴 흡, 두려워할 흡     渾  흐릴 혼

 

※ 이경숙 해설

‘무상심(無常心)’은 확고하게 고정된(고집하는) 사상이나 철학이 없는 마음이다, 즉 ‘열린 마음’이다. 확립된 가치관을 가지고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마음이다. 어떤 상대의 어떤 생각, 어떤 철학, 어떤 사상, 어떤 가치관도 수용하고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바로 ‘무상심’이다. 그러므로 곧 백성의 마음이 곧 성인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상심’은 주체성 없는 부화뇌동 같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깨어지지 않는 마음이다. 그것이 바로 ‘덕’이다. ‘덕’은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상심’인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강철같은 ‘상심(常心)’이다. 그래서 성인은 언제나 선(善)으로서 사람을 대한다.

 

‘나는 나한테 선하게 하는 자에게도 선하게 대하고, 나에게 불선하게 하는 자에게도 나는 선하게 대한다.’ 왜? 덕이 바로 선이고, 노자 자신이 그런 덕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선(善)으로서의 덕은 예수의 사랑이나 부처의 자비심과 흡사하다. 원수를 사랑하듯 자기에게 불선하게 하는 자에 대해서도 변함없이 선으로 대한다는 사상이다.

 

상대가 나를 ‘믿고, 믿지 않고’에 관계없이 나는 상대를 믿는 다는 것, 이것이 덕의 믿음이다.덕은 어떤 상대, 어떤 경우에도 관계없이 ‘상선(常善)’이고 ‘상신(常信)’이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상선(常善)’, ‘상신(常信)’을 유지하는 마음이 바로 ‘무상심(無常心)’이다.

 

‘흡흡(歙歙)’은 들이쉬는 숨을 나타내는 ‘흡’을 두 번 중복시켜 강한 수용성 혹은 흡수성을 극대화 시킨 표현이다. 즉 성인은 세상의 모든 학설, 사상, 철학, 불만, 원성 등을 다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자기 것을 내세우고, 세상에 강조하고, 세상이 자신의 이념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하지 않고, 거꾸로 세상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성인이다. 성인이 세상의 선과 불선, 신과 불신,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를 판정해주지 않고, 세상의 이치와 법도를 내세워 밝히지도 않으며, 다만 받아들이기만 하므로, 성인은 오히려 세상을 흐리게(渾) 만든다는 말이다.

 

그래서 뭇 백성들이 성인의 말을 들으려 기다리고, 성인을 바라보며 기대를 해도 성인은 그런 백성을 그저 어린아이로만 본다는 것이다.

‘개해지(皆孩之)’라는 구절은 “도경”에 나왔던 ‘위추구(爲芻狗)’와 통하는 말이다. 백성들이 성인의 가르침을 목메어 기다려도 성인은 다만 ‘흡흡(歙歙)’할 뿐이고, 모두를 어린아이처럼 여길 따름이지 그들을 향해 떠들거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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