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도경 12 目腹

무위당 2011. 1. 18. 10:05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畋獵令人心發狂 難得之貨令人行妨

是以聖人 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현란하고 아름다운 볼거리들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아름답고 듣기 좋은 음악은 사람의 귀를 먹게 하며,

기름지고 맛난 음식은 사람의 혀를 버리게(밝게) 하며,

승마를 즐기고 사냥을 즐기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열광하게 하고,

얻기 힘든 재화는 사람의 행동을 속박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먹고살게는 하지만 감각을 만족케 하지 않으니,

쾌락과 탐욕을 버리고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택한다.

 

爽  시원할 상, 상할 상      馳  달릴 치     騁  달릴 빙     畋  밭갈 전, 사냥할 전     獵  사냥할 렵

妨  방해할 방 (放  놓을 방)    

 

※ 이경숙 해설

오색의 의미는 비단 ‘색깔’이 아니라 ‘눈을 즐겁게 하는 것들’이라는 의미이다. 여색(女色), 연극, 춤구경 등도 포함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미는 ‘인간의 혀를 즐겁게 하는 음식들’을 말한다. 오색과 오미, 이 두 가지를 합하여 말하면 주색(酒色)이 된다. 그리고 주색잡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 바로 오음이다.

즉 오색, 오음, 오미는 ‘인간의 눈과 귀와 혀를 즐겁게 하는 모든 것’이란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바로 향락(享樂)이다. 이것을 ‘온갖 색’, 온갖 소리‘, 온갖 맛’으로 번역하면 노자의 본의가 아니다.

노자의 말뜻은 ‘모든 사물을 보지도 말고, 아무런 소리도 듣지 말고, 어떤 맛도 느끼지 말고 살아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곧 ‘눈과 귀와 혀를 사로잡는 향락의 탐닉이 사람을 망친다는 말이다.

 

승마를 즐기고 사냥을 즐기는 것은 취미생활이다. 취미생활에 몰두 하면 마음이 그 곳에만 쏠려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이 심발광(心發狂)이다.

 

‘난득지화 영인행방’은 ‘얻기 어려운 재화는 사람을 이리저리 헤매게 만든다’는 뜻이다. ‘난득지화’ 즉 ‘얻기 어려운 재화’는 금은보화나, 다이아몬드 같은 사치품의 뜻이 아니다. 의식주에서 꼭 필요한 생필품이란 뜻이다. 당장 끼니가 떨어지고 땔감이 없으면 가만히 있다가는 살아 남지 못하기 때문에, 생필품이 귀하게 되면 꾸러가든 도적질을 하러 가든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한편 필요 이상의 더 많은 재화(재물)을 모으고 쌓아 두면 그 재화를 지키기 위해 속박당하는 것이다. 또한 필요 이상의 재화는 바로 쾌락을 즐기고 취미생활에 쓰인다. 그러므로 재화는 사람의 행동을 속박한다.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으로 노자는 세가지를 꼽고 있다. 감각적 쾌락을 쫓는 향락의 탐닉이 첫째요, 즐거움을 추구하는 취미생활에의 몰두가 두 번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먹고사는 데 필요한 경제적 재화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 세 가지가 ‘사람의 삶을 늘 바쁘고 정신 없이 쫓기는 것으로 만든다’고 노자는 말한다. 사실 이 세 가지가 아니면 사람이 그렇게 허둥지둥, 열심히 쫓기며 살 이유가 없다. 노자는 향락에 몸을 망치고, 취미활동에 열광하여 삶을 정신 없이 만들며 몸과 마음을 허비하고, 먹고살기 위한 경제 활동에 허덕거리는 인간의 삶을 측은하게 본 사람이다.

취미에 집착하여 나라와 목숨까지 잃은 예도 있다.

                                -위(衛)나라의 군주 의공 (懿公)

 

‘위목(爲目)’에서 목은 눈으로 보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말했던 ‘시각적, 청각적, 미각적인 모든 향락’을 대표하는 말이다. 눈(目)이 ‘감각적 쾍락을 상징하는 말이라면 ’위복(爲腹)‘에서의 배(腹)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소박한 의식주‘를 말한다.

즉 성인은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정도의 배만 채우지 그 이상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쾌락이나 향락을 쫓지 않고, 더 벌기 위해서 애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거피취차(故去彼取此)’는 ‘그러므로 성인은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라고 번역되는 문장이다. ‘저것’은 향락과 쾌락과 탐욕을 쫓는 삶이고, ‘이것’은 ‘도’를 쫓는 삶이다. 즉, 성인의 길이요, 신선의 길이다. 오직 살기 위해 필요한 것, 그 이상을 탐하지 않고 구하지 않는 생활이다.

 

 

 

'老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경 14 道紀   (0) 2011.01.24
도경 13 愛身   (0) 2011.01.19
도경 11 無之用   (0) 2011.01.17
도경 10 玄德   (0) 2011.01.14
도경 09 身退   (0) 2011.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