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도경 09 身退

무위당 2011. 1. 13. 08:37

持而盈之 不如其已

揣而梲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功遂身退 天地道

 

(무엇이든지) 채우기를 계속하는 것은 (적당한 때에) 그만둠만 못하느니라. 

(집이 크다고 하여) 아무리 기둥을 재어도 그것을 오래도록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금은보화가 집안에 가득해도 그것을 지킬 방법이 없느니라. 

부유하고 고귀함을 자랑하면 스스로 허물이 될 뿐이니

공을 이루면 물러나는 것이 천지의 도이니라.

 

持  가질 지     已  이미 이, 그칠 이    揣  잴 췌     棁  쪼구미 절     驕  교만할 교

 

※ 이경숙 해설

'持' 가 들어간 단어를 몇 개 생각해보자. 지속, 유지, 지구등은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인데, 여기서 '지'는 항상성을 의미하는 글자다. 자체의 뜻은 '가진다' '지닌다'는 뜻이고 그런 뜻으로 쓰이는 단어는 '이력서를 지참한다' 할 때의 '지참' 정도가 있다. 이 ‘지’자 뒤에 어떤 다른 글자가 오면 그 글자의 의미를 유지시키는 말이 된다. 뒤에 '찰 영' 이라는 글자가 오면 '지' 는 '영' 을 수사하는 글자로 변한다. 즉 '채우는 것을 계속한다' 가 된다. 바꿔 말하면 '계속 들이 붓는다'는 말이다. 만약에 컵에다 물을 계속 들이부으면 당연 넘쳐버린다. 그래서 '불여기이', 즉 '(적당한 때에)그만두는 것만 못하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어서 말하면 '채우기를 계속하는 것은 적당히 채우고 멈춤만 못하다' 라는 뜻이다.

 

'절(梲)' 은 '기둥 절' '막대기 절'인데 기둥 중에서도 들보 위의 짧은 기둥인 동자주 즉 '쪼구미'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잰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집을 크게 지으면서 얼마나 큰지 재고 있어도 불가장보니라. 즉 '오래 보존할 수 없는니라' 는 뜻이다. 암만 기둥이 많이 늘어서 있는 큰집이라 할지라도 결국 그 집이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는 말이다. 진시황이 아방궁을 짓고서 그 속에서 산 것이 몇 년이나 되었을까? 집이란 건물 자체가 오래 못 가는 것이라는 말이겠지만 그 속에서 사람이 사는 날은 더 짧다는 말일 수도 있다.

 

금은보화가 집안에 가득해도 그것을 지킬 방법이 없느니라. 부유하고 고귀함을 자랑하면 스스로 허물이 될 뿐이니.

 

노자는 제7장에서 ‘후기신(後其身)’과 ‘외기신(外其身)’의 두 가지를 말했다. 이 중 ‘외기신(外其身)’에 대해서는 제8장에서 ‘상선(上善)’인 물의 성질에 비교하여 설명하였고, 이 장에서는 ‘후기신(後其身)’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후기신이신선(後其身而身先)’이 ‘몸을 뒤로하여 오히려 몸이 앞선다’로 해석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제9장에서 나오고 있다. 노자는 설사 공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몸을 뒤로 물리는 것이 ‘천지의 도’라고 말한다. 제2장에 나왔던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와 같은 맥락의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공을 이루면 그 공을 앞세워 더욱 남 앞에 서려고 한다. 그러나 물을 계속 채우면 결국 넘쳐버리고, 집이 아무리 커도 그 속에서 오래 살 수 없고, 금은보화가 집에 가득하여도 그것을 지킬 수 없으며, 부귀를 자랑하면 결국 허물이 될 뿐이니 적당한 때에 물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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