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도경 07 身存

무위당 2011. 1. 6. 11:19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是以聖人 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耶

故能成其私

 

하늘과 땅은 길고 오래 간다.

하늘과 땅이 그토록 길게, 또 오래도록 가는 이유는 존재하려고 스스로 애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능히 오랫동안 존재한다.

그래서 성인은 자기를 앞세우지 않는 것으로 남의 앞에 서는 것을 삼는다.

세상 밖에 자신을 둠으로써 자신을 보존한다.

이것은 (작은)사사로움을 버리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럼으로써 능히 (자신의 보존이라는 큰)사사로움을 얻느니라.

 

※ 이경숙 해설

천장지구! 말의 순서를 조금 바꾸면 천지장구다.《도덕경》에서 유래한 '하늘과 땅은 길고 오래 간다' 는 유명한 말이다. 흔히 '장구한 세월' 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거니와 '오랠 구'가 들어간 단어로 또 늘 쓰는 것 가운데 하나가 '유구한 역사' 같은 것이 있다. 장구나 유구나 시간적인 길이를 나타내는 말들이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서 장이나 유는 구를 강조하는 글자다. '장구' 는 '길게 오래 간다' 는 뜻이고 '유구' 는 '아득하게 오래 되었다' 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을 글자의 순서대로(天長地久)'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 간다 '라고 해석하면 절대 안된다.

노자가 앞에서 천지를 가지고 말한적이 있었다. '천지지간 허이불굴' 이라 했다. 이게 바로 천지를 공간적 개념으로 설명했던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7장에서는 시간적 개념의 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늘과 땅을 공간적으로 볼 때는 텅 비었지만 찌그러지지 않는 것이요, 시간적으로 볼 때는 오래도록 영원한 것이라고 노자는 그야말로 물이 흐르듯 질서 있게 말하고 있다.

 

'하늘과 땅은 스스로 존재하려고(내보이려고) 애쓰지 않으므로 능히 오랜 세월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나왔듯이 비려고도 애쓰지 않고 채우려고 애쓰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저절로 그러한' 자연을 노자는 되풀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몸을 뒤로하라는 것' 은 나서지 마라, 잘난 척하지 마라, 아는 체하지 말라는 것이고 접속사 ‘이(而)’는 '=' 의 뜻이다. 그래서 '몸을 뒤로하기에 몸이 앞선다' 가 아니라 '몸을 뒤로하는 것으로서 앞세움을 삼는다(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라는 뜻이다. '즉 몸을 뒤로하는 것으로 앞세우는 것을 대신하는 것이 성인이다' 인데 만약에 자기가 남보다 앞서기 위한 방책으로 몸을 뒤로 뺀다면 이런 '후기신' 이야말로 바로 노자가 가장 싫어하는 위선이다. 위후기신이 되는 것이다. 남의 뒤에 서기 위해서 몸을 뒤로하는 것이어야지 남의 뒤에 서는 것이 남보다 앞설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외기신' 은 '몸을 그 곳(其)의 바깥에 둔다'는 뜻이다.

여기서 노자가 가리키는 그 곳(또는 그 것)은 바로 '세상의 바깥' '명리의 바깥' '시비의 바깥' '이익의 바깥' 이다. 즉 세상살이에 초연하게 벗어나 있으라는 뜻이다. '그리하면 네가 허물이 없고 몸이 안전할 것이니'라는 가르침이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속세를 멀리하고 세상 시비에 끼여들지 말라는 것이다. 희생정신 발휘하다 죽은 사람이 한둘인가? 공자 말씀 지키다가 죽은 사람이 또 얼마인가? 충성 때문에 죽고, 명예 때문에 죽고, 재물 때문에 죽고, 의리 때문에 죽고, 정 때문에 죽고, 여자 때문에 죽어 나가는 게 세상살이다. 도대체 죽을 이유가 너무나 많은 위험한 아귀 지옥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이 성인의 삶이니, 이리 해야 하늘과 땅이 장구한 것과 같이 네가 탈없이 오래 살 수 있다는 훈계다. 노자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시비를 제일 싫어한다.

 

'하늘과 땅이 스스로 내보이려 애쓰지 않아서 영원히 이어지는 것처럼 성인은 남의 앞에 나서지 않고 세상의 바깥에 몸을 두어 명리와 시비를 멀리하여 사소한 이익들을 버리기 때문에 능히 개인(사:몸, 목숨)을 보존하느니라'

 

'이것은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에서의 사사로움이란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이익의 추구, 명리의 추구, 시비의 가림 들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사로움을 버리고 능히 이룰 수 있다고 한 사사로움은 바로 이 우주 전체보다도 소중한 자기 자신의 생명이요 보존이다. '천하를 얻는다 해도 자기 몸 하나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그래서 언제나 남의 뒤에 서고 명리와 시비의 바깥에 몸을 둠으로써 하찮은 사사로움은 포기하고 오로지 소중한 자기 한 몸을 탈없이 잘 보존하라는 가르침이다.

노자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바로 현빈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바로 영원불사하는 신들이다. 그게 신선이다. 그런 영원불사의 이상향을 꿈꾼 사람이 노자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명리와 시비는 하찮은 것으로 보고 초연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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