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80 小寡

무위당 2011. 6. 16. 08:34

小國寡民

使有什伯之器而不用

使民重死而不遠徙

雖有舟輿無所乘之

雖有甲兵無所陣之

使民復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鄰國相望 鷄犬之聲相聞

民之老死 不相往來

 

나라는 작게 만들고 백성의 수는 줄이며,

꼭 필요한 물건만을 십여 가지 갖게 하되 그나마 쓰지 못하게 하고,

죽음을 무겁게 여기도록 하고, 멀리 다니지 못하게 한다.

비록 배와 수레가 있어도 그것을 타고 다닐 곳이 없으며,

설사 무장된 군대가 있어도 진을 칠 곳이 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새끼를 묶어서 글자로 쓰는 것으로 돌아가게 하고,

음식은 맛있게, 옷은 보기 좋게, 집은 편하게, 풍속은 즐겁게 만든다.

이웃 나라는 서로 바라 보이고 닭과 개의 소리를 서로 들어도,

사람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오고 가지 않는다.


什  열사람 십     伯  맏 백     徙  옮길 사     舟  배 주     輿  수레 여     甲  갑옷 갑, 우두머리 갑

陣  진칠 진

 

※ 이경숙 해설

드디어 노자가 꿈꾸는 이상 국가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불교가 그리는 낙원의 이름이 ‘불국토(佛國土)’라면 노자가 꿈꾸는 나라의 이름은 ‘도향(道鄕)’이다. 그 크기가 작아서 한 마을을 넘어서지 않으며, 인구는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다 알 수 있을 정도이고, 그 문물과 문화 생활은 고작 꼭 필요한 십여 가지 물건을 사용하는 정도다.

‘사유십백지기(使有什伯之器)’는 일반적으로 ‘사유(使有) 십백지기(什伯之器)’ 라고 띄어 읽고는 ‘십백지기(什伯之器)’를 ‘여러 가지 물건’이라고 번역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 말은 ‘사유십(使有什) 백지기(伯之器)’로 띄어 읽어야 한다. ‘사유십(使有什)’은 ‘십여 가지를 갖게 한다’는 말이고, ‘백지기(伯之器)’는 ‘물건의 우두머리, 첫째가는 물건’이라는 뜻이니, 바로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는 뜻으로 쓴 말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뜻은 ‘십여 가지의 꼭 필요한 물건만 갖게 한다’가 된다.

 

노자의 본심이 점점 뚜렷하게 드러난다. 노자는 원시시대의 숲 속 마을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노자가 되고 싶은 인물은 타잔이다. 벌거벗은 채 나무에 매달린 줄을 잡고 ‘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날아다니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울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생활은 별로 유혹적이지 못하다. 물론 수레가 없다면 늘 걸어 다닐 테니 성인병은 걸리지 않겠고, 군대로 싸울 일이 없다 하니 과부가 되거나 아들을 전쟁에서 잃어 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니 문자를 버리고 다시 새끼줄 매듭을 만들어 고작 소나 양의 마리수나 기록하며 살자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 소리다. 책읽는 즐거움을 무엇으로 대신한다는 말인가? 그 대신 노자가 사람을 꼬시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밥은 맛잇게 해먹고, 옷은 보기 좋게 입고, 집은 편하게 만들자. 그리고 풍속을 재미나게 만들어 항상 웃고 놀자’ 한 마디로 하면 노자는 ‘평화주의자 더하기 쾌락주의자 더하기 낙천주의자 더하기 놀자주의자 더하기 게으름 예찬론자’ 바로 이런 사람이다. 사실 신선들이란 이런 사람들인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모여 사는 곳이 ‘도향(道鄕)’일 듯하다.

 

아주 평화로운 한 폭의 그림이 떠오른다. 부시맨의 마을들. 지금도 인도네시아나 아프리카, 뉴질랜드의 오지 깊숙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원주민의 부락들, 평생 걱정 없이 즐겁게 살다가 그렇게 가는 사람들, 노자가 꿈꾸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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