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73 天網

무위당 2011. 5. 20. 08:19

勇於敢則殺 勇於不敢則活

此兩者或利或害

天地所惡 孰知其故

是以聖人猶難之

天地道 不爭而善勝 不言而善應 不召而自來 繟然而善謀

天網恢恢 疏而不失

 

용감하게 감행해서 죽는 것과 단호하게 행함을 거부해서 사는 것,

이 양자는 혹은 이롭게도 보이고 혹은 해롭게도 보인다.

천지가 싫어하는 것이 어느 쪽인지 누가 그것을 안단 말인가?

그러므로 성인은 용감하게 행하기를 어려워한다.

천지의 도는 싸우지 않고도 잘 이기는 것이고, 말하지 않고도 올바르게 응하는 것이고,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오는 것이고, 여유롭게 잘 도모한다.

하늘의 그물은 코가 넓어서, 트여 있는 것 같아도 결코 놓치는 것이 없다.

 

 繟  느슨할 단     恢  넓을 회     疎  트일 소

 

※ 이경숙 해설

“여씨춘추(呂氏春秋)”‘이속람(離俗覽)’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제(濟)나라와 진(晉)나라가 싸울 때, 제나라의 여자(余子)라는 사람이 삼지창으로 외지창을 쓰는 적과 만나 둘이 싸우다 자기의 삼지창을 상대에 빼앗겨버리고 그 대신 적의 외지창을 빼앗게 되었다. 즉 서로 무기를 맞 바꾼 셈이 되었다. 전투가 끝난 후에 전 부대가 함께 철수하는데 자기의 무기를 빼앗기고 상대의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이 영 꺼림칙하였다. 그래서 옆 사람을 보고, “방금 싸우다가 삼지창을 빼앗기고, 대신 상대의 외지창을 빼앗아 왔는데, 이대로 돌아가도 되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삼지창이나 외지창이나 다 같은 무기인데 하나를 잃고 다른 하나를 얻었으니 그대로 돌아간다 하여 문제될 것이 무엇이겠소?”하고 반문하였다. 그래도 여자(余子)는 개운치 못하여 숙무손(叔無孫)이란 사람한테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숙무손은 “삼지창은 외지창이 될 수 없고, 외지창 또한 삼지창이 될 수 없는 것인데, 삼지창을 잃고 외지창을 얻은 것으로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여자(余子)는 ‘돌아가서 무기를 점호할 때 삼지창을 삣긴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생각하여 삼지창을 찾으러 다시 싸움터로 돌아 갔다. 그리고 싸우다 죽었다.그 말을 들은 숙무손도 자기 말 때문에 여자(余子)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낀 나머지 숙무손도 싸움터로 돌아가 죽었다.

‘다시 싸움터로 돌아가서 빼앗긴 삼지창을 찾아와서 장부의 체면을 세우고 책임을 면할 것인가? 아니면 외지창을 대신 얻었으니 이것으로 변명하고 넘겨 볼 것인가?’ 하는 것이 여자(余子)라는 사람에게는 꽤 심각한 고민이었던 모양이다. ‘삼지창 하나가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것이냐?’ 하는 문제는 남이 판단하기 어렵다. 자기의 무기를 잃은 것에 대한 책임의 추궁이 엄격하기도 했을 것이다. 때문에 이런 경우에 싸움터로 돌아가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고, 그대로 철수하여 부대로 복귀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하거나 또는 하지 않거나 간에 모두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햄릿의 유명한 대사가 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때의 햄릿에게는 죽는 데도 결단이 요구되고 사는 데도 용기가 요구된다. 그래서 노자는 ‘용어감즉살(勇於敢則殺), 즉 용감히 행해서 죽을 것이냐’, 아니면 ‘용어불감즉활(勇於不敢則活), 즉 단호하게 행하지 않고 살아날 것이냐’고 말하는 것이다. ‘이 양자는 어느 쪽을 하늘이 미워하는 바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래서 성인도 이런 경우의 선택을 어려워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마도 노자는 삼지창 때문에 싸움터로 돌아간 여자(余子)나, 자기가 해준 조언 때문에 싸움터로 돌아간 여자(余子)를 뒤쫓아가 결국 자기도 죽고만 숙무손을 결코 잘했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노자라면 삼지창보다 더한 것을 빼앗겼어도 그냥 돌아 갔을 것이다.

 

다시 유명한 말이 나왔다. ‘천망회회(天網恢恢), 소이부실(疏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코가 넓어 성긴 듯하지만 아무리 작은 것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유명한 경구이다. 이런 하늘의 그물을 ‘천라지망(天羅之網)’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세계의 법칙으로 가르치는 인연법의 그물이 이에 비견할 만하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자업자득(自業自得)’의 법칙은 철두철미한 것이어서 아무리 자그마한 악업이나 소소한 공덕이라도 세세 유전을 통하여 반듯이 갚거나 되돌려 받는다고 한다. 악이든 선이든 주면 준 만큼, 베풀면 베푼만큼 한 치 한 푼도 늘고 주는 것이 없이 그대로 돌려 받는 것이 인연법이다. 하늘의 법칙이다. 노자도 비슷한 개념의 말을 하고 있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해도 티끌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고. 사람이 용기를 가지고 독한 결심을 품으며 감연히 행하고 죽지 않아도 하늘이 다 해결하고 처리하는데, 왜 인간이 그런일을 목숨을 걸고 행하려 드느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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