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72 大威

무위당 2011. 5. 18. 08:21

民不畏威 則大威至

無狎其所居 無厭其所生

夫唯不厭 是以不厭

是以聖人 自知不自見 自愛不自貴

故去彼取此

 

백성이 위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곧 대위(지극한 위엄)에 오른 것이다.

백성은 통치자가 사는 곳을 업신여기지 않으며, 그 안에 사는 것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대저 오로지 백성들이 싫어하지 않는 이유는 (통치자가) 싫어하게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자신을 잘 알지만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을 아끼지만 스스로 자신을 귀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두려워하게 만들어 압제하는 것을 버리고, 

백성들로 하여금 친하고(無狎), 싫어하지 않도록 (無厭하게) 만든다.

 

威  위엄 위     狎  익숙할 압, 업신여길 압

 

※ 이경숙 해설

‘위(威)’는 임금 또는 권력자, 세도가 등 통치 계급의 위엄과 권세를 의미한다. 그래서 ‘민불외위(民不畏威)’의 뜻은 ‘백성들이 통치자의 위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이다. 이렇게 되어야 비로소 통치의 권위가 최상에 이른다는 것이다. 곧 ‘즉대위지(則大威至)’이다. 그러니까 백성들이 통치자를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상태는 참된 위엄이 아니라는 소리다. ‘백성이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아서 통치자가 사는 곳, 즉 임금의 궁궐이나 세력가의 저택을 업신여기기 않으며(無狎其所居), 그 안에 사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無厭其所生).’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는 기분이다. 백성이 통치자를 두려워하게 만들면, 겉으로는 겁을 내고 복종하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그들이 사는 곳을 향해 침을 뱉고, 그 속에 사는 모든 것을 싫어하게 되는 법이다. 세도가인 정승, 판서뿐만 아니라 그 집에 사는 머슴이나 여종들, 심지어 그 집에 사는 개까지도 백성들의 미움을 받는다. 그러나 백성이 권세와 위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 진실로 큰 위엄에 다다른 것이어서 백성들이 속으로 업신여기지도 않으며, 그 집에 사는 것들을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실로 맞는 소리다. 그래서 ‘대저 오로지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은(夫唯不厭), 싫어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是以不厭).’

‘염(厭)’은 ‘오(惡)’와는 뉘앙스가 약간 달라서 ‘충분히 넘친다’는 뜻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질린다, 물린다, 지겨워한다, 진절머리를 낸다’ 하는 어감이 있는 말이다. 권력자나 세도가들에게 백성들이 품는 감정으로서 가장 적합한 단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노자는 대위(大威)의 차원에 이르러야 백성들의 마음속에 통치자에 대한 ‘염(厭)’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앞 장에서 ‘스스로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병’이라 했다. 그리고 성인은 ‘그런 병이 없는 사람’이라 말했다. 때문에 ‘성인은 스스로를 잘 알면서도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자기 손으로 자신을 귀하게 만들려 애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위정자들이 백성들을 겁주고 위협하여 두렵게 만드는 이유는 자기를 과시하고 자기를 높이려고 하는 때문이다. 그리하니까 백성들은 겉으로는 복종하지만 속으로는 업신여기고, 그 집에 사는 모든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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