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71 病病

무위당 2011. 5. 17. 08:42

知不知上 不知知病

夫唯病病 是以不病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아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은 좋은 것인데,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

이런 병은 워낙 흔하기 때문에 병인 줄을 모른다.

성인은 그런 병이 없다. 그것이 병인 줄 알기 때문에 병이 없는 것이다.

 

※ 이경숙 해설

이 장을 가지고 기존에 해오던 해석을 보면 아주 웃긴다. ‘부유병병(夫唯病病) 시이불병(是以不病)’을 ‘대저 오직 병을 병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병이 아니다’고 읽어 왔다. 노자가 ‘병병(病病)’처럼 어떤 글자를 두 개 겹쳐서 써놓은 것은 뜻으로 읽으려 들지 말고 그림카드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병병’은 병이 흔하고 많다는 노자식의 표현이다. 즉 ‘이런 병은 워낙 흔해서 병으로 쳐주지도 않는다’, 혹은 ‘이런 병은 워낙 흔해서 사람들이 병인 줄 모른다’는 말이다. 노자의 고도한 시각 문학적 그림카드 표현술을 알아 보지 못하고 저렇게 억지스러운 오역을 하면 곤란하다. ‘병병’에서 ‘병을 병으로 생각한다’는 따위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 저 두 글자의 어디에 ‘생각한다’는 개념이 있는가? 노자는 ‘병’이라는 두 개의 그림을 한꺼번에 내어 놓고는 ‘병이 여러개 있다’ 혹은 ‘병이 흔하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고작 그림카드 수백 개를 가지고 ‘도’라는 우주 자연의 법칙을 설명하려 하니 노자인들 오죽 답답했을까. 그러니 듣는 우리라도 제대로 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나.

 

그 뒷구절은 앞 구절과 똑같은 ‘병병(病病)’이지만 이 구절에는 ‘이(以)’라는 어조사가 있으므로 앞의 ‘병’과 뒤의 ‘병’이 문법적으로 연결이 된다. 앞 구절에서의 두 개의 ‘병’은 문법적으로 선후나 종속의 연결 관계가 없이 두 개가 동격이다. 그러니까 ‘병’이라는 명사 두 개를 겹쳐서 ‘흔한 병’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以)’라는 관계사가 두 개의 ‘병’을 문법적으로 구속하기 때문에 ‘병을 병이라 생각한다’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은 누구나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병이 있으면서도 누구나 다 그러하니 그것이 병인 줄 모르고 살아가는데, 성인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병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런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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