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69 用兵

무위당 2011. 5. 12. 08:42

用兵有言

吾不敢爲主而爲客 不敢爲寸而退尺

是謂 行無行 攘無臂 執無兵 仍無敵

禍莫大於輕敵 輕敵幾喪吾寶

故抗兵相加 哀者勝矣

 

병법에 이러한 말이 있다.

나는 감히 주인이 되지 않고 손님이 되며, 감히 한 치를 나아가기 위해 한 자를 물러난다.

이를 일러 하지 않고도 하며, 팔이 없이도 물리치고,

군대가 없이도 지켜내며, 무적한 상태에 자신을 둔다는 것이다.

적을 가벼이 여기는 것보다 더 큰 화는 없으니,

적을 가볍게 보는 것은 나의 소중한 것들이 죽을 징조다.

그러므로 서로 병을 동원하여 부딪힐 때는, 전쟁을 슬퍼하는 쪽이 이긴다.

 

攘  물리칠 양     譬  팔 비     扔  당길 잉     喪  죽을 상     抗  막을 항     加  더할 가     

哀  슬플 애

 

※ 이경숙 해설 

‘주인이 되지 않고 손님이 된다’는 말은 전쟁에 임하여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이것은 사실 병법과는 맞지 않는 소리일 수도 있다. 동서고금의 병법이나 전쟁론이 강조한는 것은 주도권의 확보와 행사다. 승리의 필수적인 요소인 주도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노자는 옛날의 용병 사상에 이런 것이 있노라고 하면서 ‘주인의 입장에 서지 않고 객의 입장에 선다’고 말한다. 병법의 기본원칙과 상식을 벗어난 소리 같다. 그래서 노자가 병법의 원칙이라거나 불변의 원리라고 하지 않고 ‘이런 소리도 있더라’는 식으로 말을 꺼내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여러 가지의 형태가 있으며 적용되는 원리 원칙도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병가의 상도(常道)를 말한 것이 아니라 이런 예외적인 것도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모택동의 ‘십육자전법(十六字戰法)’

월왕 구전의 일화

제갈공명의 적벽대전

나폴레옹의 침공을 물리친 러시아의 총사령관 쿠투조프

충무공 이순신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등은

‘주인이 되지 않고 손님이 됨’으로써 승전한 사례이며, 이기기 위하여 한없이 물러나 결국 승리하는 사례이다. 그러나 노자가 진실로 용병술의 ‘수승(隨乘)’이라 말하는 경지는 바로 ‘잉무적(扔無敵)’의 구절이다. 글자 그대로 읽으면 ‘없는 적을 끌어당긴다’는 말이라 이해하기가 난해하다. 하지만 약간만 의역해 보면 ‘없는 적을 끌어당긴다’는 말이야 말로 노자의 역설로서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다. 바꾸어 말하면 적을 오게 하여 물리치거나 이기는 것보다 적이 없는 상태를 가까이에 당겨놓는 것이 더 높은 용병의 경지라는 말이다. ‘적이 없는 상태를 가까이 당겨 놓는다’ 즉 ‘적을 이기는 것보다 적을 만들지 않는다’, ‘무적인 상황에 자신을 둔다’는 의미이다.

 

전쟁을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은 언제나 적을 가볍게 보기 때문이다. 만약에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죽고 귀한 보물들이 다칠 것을 생각하면 결코 적을 가볍게 보지 않으며 전쟁을 즐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이라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슬픈 마음으로 임하게 되는 쪽이 이긴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 그 수 많았던 전쟁에서 과연 슬픈 마음으로 전쟁에 임했던 나라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이긴 사례가 더 많은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노자의 부전사상(不戰思想), 평화주의는 결코 폄하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세기에 1차대전과 2차대전이라는 미증유의 참화를 겪은 오늘날의 인류에게는 더더욱 절실한 교훈이다.

 

 

※ 나의 단상

상황과 나를 동일시 하지 않고 客이 되어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나는 내 몸이 아니다.

나는 내 마음이 아니다.

나는 우주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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