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60 小鮮

무위당 2011. 4. 25. 09:06

治大國 若烹小鮮

以道莅天下 其鬼不神 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非其神不傷人

聖人亦不傷人 夫兩不相傷

故德交歸焉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익히는 일과 같다.

도가 천하에 이르면, 귀(鬼)가 신(神)에 작용하지 못하고, 귀(鬼)가 아닌 것들도 신(神)에 작용하지 못한다.

신(神)도 사람을 상하지 못하고, 신(神)이 아닌 것도 사람을 상하지 못한다.

성인 역시 사람을 상하지 않으니, 대저 양쪽이 서로 상하게 하지 않음이라.

고로, 덕을 주고 받는 관계로 돌아감이다.

 

烹  삶을 팽     鮮  고울 선, 생선 선     莅  다다를 리 

 

※ 이경숙 해설

작은 생선을 익힐 때는 너무 들쑤시거나 자주 뒤집으면 살이 뭉개어지고 풀어져서 먹을 것이 없게 된다. 그래서 큰 나라를 다스릴 때는 사소한 일로 시끄럽게 굴거나 작은 사건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그들이 얼마나 작은 일을 가지고 시비를 논하고 평화로운 날 없이 논쟁을 하고 쌈박질 하는지 보라. 그리고 진정 크고 중요하고 본질적인 국가 대사에는 얼마나 소홀하고 무신경한지도 보라.

 

‘신(神)’은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이 갖고 있는 ‘정(情)’의 기운이다. 때문에 ‘신(神)이 없는 물(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신(神)은 생명체, 비생명체을 막론하고 온갖 사물 모두에 다 있는 것이다. 해에는 해의 신, 달에는 달의 신, 산에는 산의 신, 바위에는 바위의 신, 이름없는 꽃 한 송이에도 각기 ‘신’이 있다. 앞서 노자가 우주의 생성에 대하여 논하는 구절에서 ‘무(無)에서 도(道)의 작용으로 일(一)이 생기고, 그 일(一)이 덕(德)에 작용하여 신(神)이 깃들면 물(物)이 된다’라고 하였다. 형상이 있는 모든 사물은 모두 고유의 ‘기운체(氣運體)’이며, 이 기운의 정수인 ‘신(神)’이 깃들어 있다. 그 중에서 생명이 있는 존재가 죽으면 신(神)이 육신과 분리되어 ‘귀(鬼)’가 된다. 따라서 ‘귀(鬼)’는 죽은 것의 혼이고, ‘신(神)’은 아직 살아 있는 존재의 영혼이다. 흔히 귀신 들린다는 것은 ‘귀(鬼)’가 ‘신(神)’에 들러 붙어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옛말에 ‘단연코 행하면 귀신도 피해간다’거나 ‘지독한 사람은 귀신도 손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도(道)로써 천하의 일에 임하면 귀신이 장난을 못 친다’는 노자의 이 말도 비슷한 맥락의 말이다. 그래서 ‘기귀불신(其鬼不神)’은 ‘귀신이 신에 작용하지 못한다’이며, ‘죽은 것이 산 것에 장난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비기귀불신(非其鬼不神)’이라는 말은 ‘귀(鬼)가 아닌 것들도 신(神)에 작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귀신만 사람한테 장난을 못 치는 것이 아니라 귀신 아닌 것들도 해작질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도로써 천하에 임하는 무게를 강조하는 말이다. 천하를 다스리는 데 도로써 하게 되면 귀신뿐만 아니라 그 어떠한 것도 천하 만물의 신에게 결코 해코지를 못하기 때문에 그 신이 밝고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귀(鬼)’나 ‘귀(鬼) 아닌 것들’이 신에 작용하지 못하기에 그 신이 온전하여 사람을 상하지 않고, 뿐만 아니라 신(神)이 아닌 것들도 사람을 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영적인 기운이나 존재의 작용과 비영적이고 실제적인 것들까지도 사람을 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도로써 천하의 일에 임할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도가 천하에 이르지 못하였을 때는 귀신이나 귀신 아닌 것이나 온갖 것이 사람과 만물의 신이 되고, 신에 작용하여 마치 작은 생선을 익힐 때 들 쑤시는 것처럼 해작거려 결국 사람을 상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성인은 작은 생선을 익힐 때처럼 조심하고 불필요한 작위(作爲)를 천하에 가하지 않음으로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천하 사람들 역시 성인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 양자는 덕을 서로 주고 받을 뿐인 경지로 함께 돌아간다는 것이다. 즉 성인의 정치는 다스리고 다스림 받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와 피통치자 간에 서로 덕을 주고 받을 뿐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넘치도록 많은 정치인과 온갖 단체가 저마다 아우성을 치고, 나라를 구하고 국민을 위한답시고 설쳐대는 작금의 나라꼴을 보면, 마치 귀신은 물론이고, 귀신이 아닌 것들까지 모두 나와 달밤에 군무를 추는 꼴을 보는 듯하다. 어찌 백성들이 정신을 차릴 수가 있을까. 그 신이 온전할 도리가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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