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57 無事

무위당 2011. 4. 19. 09:44

以正治國 以奇用兵 以無事取天下

吾何以知其然哉 以此

天下多忌諱而民彌貧 民多利器國家滋昏

人多伎巧奇物滋起 法令滋彰盜賊多有

故聖人云

我無爲而民自化 我好靜而民自正

我無事而民自富 我無欲而民自業

 

올바름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기책으로 군대를 움직이고, 무사(無事)로써 천하를 얻어야 한다.

내가 어떻게 그것이 그리되어야 하는지를 아느냐 하면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천하에 금지 되는 것은 많은데, 백성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백성들에게 문명의 이기가 많은데도 나라는 더 혼미하며,

사람들에게 기교가 많아질수록 괴이한 물건들이 많이 나타나고,

법령이 밝아지면 밝아질수록 도적은 더욱 늘어만 간다.

그러므로 성인들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내가 무위하여야 사람들이 절로 바뀌고, 내가 가만히 있어야 백성들이 스스로 올바르게 되고,

내가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아야 백성들이 자기들 힘으로 부유하게 되고,

내가 아무런 욕심을 내지 않아야 백성들이 마음놓고 생업에 매달린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忌  꺼릴 기     諱  꺼릴 휘     滋  불을 자     昏  어두울 혼

 

※ 이경숙 해설

'이정치국(以正治國)’, ‘이기용병(以奇用兵)’ 이 두마디는 들러리요 장식품이다. 그렇다고 전혀 의미 없는 말은 아니고,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말이다. 그래서 ‘以正治國 以奇用兵 以無事取天下’의 대목에서 주제는 ‘이무사취천하(以無事取天下)’ 이다. 노자는 나라를 위한다는 이유로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이유로 천하를 들쑤시고, 인민을 위한다는 이유로 인민을 번거롭게 하는 짓을 가장 싫어한다. 결국 정치라는 것은 천하를 위한다는 이유로 천하를 소란스럽게 만드는 짓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유사(有事)’, ‘작위(作爲)’한 통치(統治)의 결과로 세상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경고하고 있다. 왜 천하를 취할 때에 ‘무사(無事)로써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하는 이유를 노자는 이 문장의 끝에 ‘이것이다(以此)’라고 말하고 있고, 그것들을 다음 구절에 줄줄이 늘어 놓고 있다.

 

사람들에게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하여 사람들이 꺼리고 피하는 일이 많아 졌지만, 그것이 백성들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해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채로,

사람에게 편리해 보이는 물건은 많아졌는데도 그것이 나라를 밝게 하는 데 보탬이 아니 되고 오히려 나라가 더 어둡고 혼란스러워졌으며,

사람들의 기술이 발달하는 데도 사람의 생활이 나아지게 하는 대신 괴이한 물건만 더 많이 나오게 되고,

법령이 많아지고 세밀해질수록 도적은 더 늘어간다는 말이다.

 

여기서 ‘기휘(忌諱)’나 ‘이기(利器)’, ‘기교(技巧)’, ‘법령(法令)’ 등이 모두 천하에 이롭지 못한 공연한 짓들, 즉 ‘유사(有事)’들이다. 이런 것들이 천하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이 살기에 편하게 하고, 사람을 복되게 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함을 보고 노자는 ‘천하를 취함에 있어 무사(無事)보다 나은 것이 없구나’하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성인들은 이런 것(有事)으로 천하를 다스리지 않고, ‘이러 이러하게 천하를 취한다’라고 다음 구절에서 밝힌다.

 

정치인이나 왕후장상, 관리들, 통치 기구, 법령 따위 일체가 없을 수록 살기가 좋아지고, 오히려 이러한 것들이 인간의 삶을 더욱 황폐시키고 거칠고 험악하게 한다면, 이것은 바로 정치무용론(政治無用論)이며 무정부주의 아닌가? 그러나 성인(聖人)에 의한 ‘무위지치(無爲之治)’, ‘무언지교(無言之敎)’, ‘무사지정(無事之政)’은 있어야 하고, 또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무용론(政治無用論)이나 무정부주의는 아닌것 같다. 인간세계가 어떤 통치나 모범자도 없는 자유 방임의 자연상태일 때에는 노자가 그리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아닌 약육강식의 정글처럼 될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통치자 대신 내세우는 것이 바로 모범자다. 다스리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삶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델, 그런 인물이 바로 노자가 말하는 성인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천하를 위해 무엇을 한다고 설치거나 계획하거나 나댈 이유가 없다. 모범적인 생활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겻이 바로 ‘무언지교(無言之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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