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59 早服

무위당 2011. 4. 21. 09:43

治人事天 莫若嗇 夫唯嗇 是以早服

早服謂之重積德 重積德則無不克

無不克則莫知其極 莫知其極 可以有國

有國之母 可以長久

是謂深根固 

長生久視之道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의 뜻을 이루는 데는 아끼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대저 오로지 아껴야 함이니, 이를 일러 조복이라 하고,

조복은 곧 덕을 무겁게 쌓는 것이다.

덕을 무겁게 쌓으면 넘어서지 못할 것이 없고,

넘지 못할 것이 없으면 그 한계를 알 수 없는 것이니.

한계를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나라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라를 있을 수 있게 하는 이것은 길고 오래갈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을 뿌리가 깊고 그 토대가 견고하다고 말한다.

오래도록 존속 되는 도인 것이다.

 

柢  뿌리 저

 

※ 이경숙 해설

‘조복(早服)’은 다른 고전에서 용례를 찾아 볼 수 없고,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빈(玄牝)’ ‘현덕(玄德)’ ‘상(常)’ ‘명(明)’과 같은 것들 처럼) 이런 단어는 번역하지 않고 앞뒤의 문맥으로 그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서 ‘조복(早服)’의 뜻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단서는 ‘색(嗇)’이란 글자다. ‘색을 일러 조복이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색’이란 글자의 뜻은 ‘아낀다’ 또는 ‘인색하다’ 등의 뜻이 있다. 따라서 ‘조복’은 무언가 ‘알뜰하게 아끼고 검약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혹시 옛날에 ‘조복’이 험악한 옷이나 검소한 의상을 지칭하던 말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문맥상 연결이 쉽겠으나 이를 입증할 다른 문헌이 없는 관계로 ‘조복’을 그저 ‘색’이라는 글자의 의미로만 파악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아끼고 검약하는 것이 사람을 다스리고 천하의 일을 시행하는 으뜸’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경” 제27장에서 말하기를 ‘성인은 상선구인(常善救人)하고, 고무기인(故無棄人)’이라고 하였다. ‘성인은 사람을 구하는 것을 잘하고,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고 아낀다는 것이다. 또한 ‘상선구물(常善救物)하고, 고무기물(故無棄物)한다’고 하였다. ‘모든 물건을 잘 구하고 결코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사람과 물건을 아끼는 것이 바로 이 장에서 말하는 ‘색’이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덕을 무겁게 쌓는 일이 되는 것이다.

 

‘승(勝)’은 상대를 패배시킴으로써 이기는 것이지만, ‘극(克)’이라는 글자는 그 의미의 뉘앙스가 좀 다르다. ‘어떤 상대나 존재를 넘어선다’ 혹은 ‘입증해 보인다’는 의미에 가깝다[예 : 극기(克己), 극복(克復)]. 그래서 ‘무불극(無不克)’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나 ‘넘어서지 못할 것이 없다’의 의미가 적합하다. 그러므로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의 뜻을 펴는 데는 ‘사람과 물건을 아끼는 것’으로써 해결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없을 때 비로소 그 한계를 알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혜와 능력의 무한한 확대를 말하는 듯하다. 아끼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능력을 무한하게 키워주는 첩경이 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납득하지 못할 소리도 아니다. 다른 능력과 지혜를 키우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아끼고 검약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기 때문이다. 노자는 노력해서 돈을 더 벌어 부유하게 살기보다는 차라리 그 노력을 아끼는 것에 쏟아 적게 벌고 알뜰하게 사는 것을 바람직하게 보는 사람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도 역시 같은 시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유국지모(有國之母)’, 즉 ‘나라가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근본’은 바로 ‘조복(早服)’이라고 일컫는 ‘색(嗇)’이니 ‘사람과 물건에 대한 아낌’이다. ‘이것이야말로 나라를 오래도록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다’고 노자는 말하고 있다. 즉 아끼고 검약하는 것이 오래 사는 도(道)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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