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56 知者

무위당 2011. 4. 18. 08:56

知者不言 言者不知

塞其兌閉其門 挫其銳解其紛 和其光同其塵

是謂玄同

故不可得而親 不可得而疏 

不可得而利 不可得而害

不可得而貴 不可得而賤

故爲天下貴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변화에 눈을 감고, 세상의(세상으로 향한) 문을 닫고,

도(道)의 날카로움을 쳐내어서 그 복잡하게 얽힌 것을 풀어헤쳐

어우러지는 빛과 같이 되어서, 낱낱의 티끌로 돌아가니

이것을 일러 현묘함과 하나가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도를 아는 사람은 친할 수도 없고, 멀리할 수도 없고,

이익을 줄 수도 없고, 해를 가할 수도 없고, 귀하게 할 수도 없고, 천하게 할 수도 없다.

그로므로, 천하에서 가장 귀하다.

 

※ 이경숙 해설

달마가 설파한 언외(言外)의 경지인 불법과도 같이 노자의 도(道) 또한 말로 떠들어 설명하기 어려운 무엇인 것으로 보인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는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도의 경지에 간 사람은 ‘자기가 안다는 것을 떠들어 자랑하지 않게 된다’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는 지극하고도 장엄한 화엄의 경지를 알게 해주기 위해 석가세존은 팔만의 경을 설하였고, ‘교외별전(敎外別傳)’을 주장했던 달마 역시 적지 않은 어록을 남겼으며,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는 노자 또한 5천 글자나 되는 글로써 도를 설명하고 있다. 결국 아는 사람은 말할 수밖에 없고, 그들은 말을 하고 글을 남겼으므로 우리가 불법을 알고 도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노자에게 ‘그리 말하는 선생님은 왜 “도덕경”을 썼습니까?’하고 따지지는 말자.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노자는 우리에게 도(道)를 말하고 있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하지만 노자는 아는 사람이다.

 

‘塞其兌 閉其門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是謂玄同’의 이 구절은 전부 앞에서 언급되었던 것이다. ‘색기태(塞其兌) 폐기문(閉其門)’은 제52장에서, ‘좌기예(挫其銳) 해기분(解其紛) 화기광(和其光) 동기진(同其塵)’은 “도경” 제4장에서 나왔던 구절이다. 제4장에서는 ‘도의 본질’을 설명하는 구절이었지만, 이 장에서는 도를 체득하는 방법으로 서술되고 있다. 즉 ‘두드러지거나 튀어나온 것들을 모두 쳐내고(挫其銳), 어루어진 빛과 같은 상태가 되고(和其光), 복잡하게 얽힌 것을 낱낱이 풀어내어(解其紛), 티끌과 같아지면(同其塵)’, 그것이 곧 ‘현묘해지는 첩경’이라는 소리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변화를 좇지 않고(塞其兌)’, ‘바깥 세상 일에 관심을 끊는(閉其門)’ 것이 선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마치 불교에서 출가자들이 참선 수행에 매진하도록 권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도를 아는 사람은 세상사에 부대끼지 않고, 도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진리를 깨달아 도와 같아진다는 소리다.

 

그 다음 구절은 지자(知者)’, 즉 도를 아는 사람은 사람들 앞에서 떠들어 말하지 않고, 오히려 문을 닫아걸고 도의 본질과 진리를 터득하는 사람이라 친하거나 멀어지거나 위하거나 해를 입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세상과 등진 은둔자나 수행자를 연상시키는 소리다. 도교의 도사들이나 불교의 승려들은 사실 이런 사람들이다. 세상에 아무런 욕심이 없고 속세와의 인연을 모두 끊어버린 사람들과는 친하고 멀 일이 없고, 위하거나 해를 입힐 일도 없고, 귀하게 만들 수도 천하게 만들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구도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이야 말로 이 세상에 대하여 바라는 유일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 모른척 해 주는 것, 이것이 속세가 구도자들을 위하는 길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종신(終身)토록 불태(不殆)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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