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55 赤子

무위당 2011. 4. 15. 10:26

含德之厚 比於赤子

蜂蠆虺蛇不螫 猛獸不據 攫鳥不搏

骨弱筋柔而握固

未知牝牡之合而全作 精之至也

終日號而不嗄 和之至也

知和曰常 知常曰明 益生曰祥 心使氣曰强

物壯則老 是謂不道

不道早已

 

두터운 덕을 간직한 사람은 갓난아이와 같아서

벌이나 전갈, 독사도 쏘지 않고, 맹수도 잡아가지 않으며, 사나운 새도 나꿔채지 않는다.

갓난아이의 뼈는 약하고 근육은 부드럽지만 손을 꼭 쥐고 있으며,

남녀의 교합을 모르지만 성기가 온전하게 서는 것은 그 정기가 극진하기 때문이고,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것은 조화가 지극한 때문이다.

화(和)를 아는 것을 상(常)이라 하고, 상(常)을 아는 것을 명(明)이라 한다.

생명에 이로운 것을 상(祥)이라 하고, 마음으로 기를 다스리는 것을 강(强)이라 한다.

만물이 크고 강해지는 것은 곧 늙는 것과 같으니 이것을 일컬어 도가 아니라 하며,

도가 아닌 것은 일찍 끝나게 된다.

 

蜂  벌 봉     蠆  전갈 채     虺  살무사 훼     蛇  뱀 사     螫  쏠 석     據  의거할 거, 움켜쥘 거

攫  붙잡을 확     嗄  목쉴 사

 

※ 이경숙 해설

‘적자(赤子)’는 ‘막 태어나 빨간색의 기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의 갓난아이’라는 뜻이다. 노자가 ‘어린아이’라는 말로 늘 쓰던 ‘영아(嬰兒)’대신 ‘적자(赤子)’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역시 한자라는 그림카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영아보다 적자가 좀 더 시각적인 단어다. 막 태어나 얼굴이 붉은 상태의 갓난아이가 연상된다. 갓난아이의 천지난만함, 두려움을 모르는 순진무구함, 우주의 원기와 상통하는 순수한 생명력이 갓난아이의 모습을 그려내는 ‘적(赤)’이라는 글자 하나에 담겨져 있다. 영아라는 단어에는 그런 시각적인 연상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두려움이 무언지 아직 모르는 갓난아기는 호랑이도 물어 가지 않는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다. 그만큼 순수한 생명은 맹수들조차 범접하지 않는다는 과장된 표현이기도 하다. 식인 호랑이가 사람 사는 마을을 습격할 때 가장 쉽게 물어가는 것이 아이들이었다는 것과, 벌이나 전갈, 독사가 아이들이라 해서 쏘지 않거나 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비과학적이라고 헐뜯을 이유는 없다. 그만큼 갓난아이의 천진하고 순수한 생명력을 노자는 높이 보고 있다는 비유이다.

 

'骨弱筋柔 而握固 未知牝牡之合 而全作 精之至也 終日號而不嗄 和之至也'의대목은 갓난아이의 생명력에 대한 예찬이다. 꼬옥 쥔 손아귀의 힘과, 고추가 바딱 서는 것 그리고 종일 우는데도 목소리가 쉬지 않는 것등, 이와같이 갓난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지만 자연적인 순리에 의해 그 생명력이 가장 강하고 지순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왜하는 것일까? 제52장에서 ‘수유(守柔)’를 ‘강(强)’이라 하였다. 즉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이 진실로 강함’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면 반대로 ‘크고, 강하고, 굳센 것’은 ‘약(弱)’한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 장의 결론에서는 ‘만물이 크게 강대해지다는 것은 그만큼 늙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도에 배치 되는 것이다’라고 결론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만물은 언제나 갓난아이와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을 최선으로 보았다. 그것이 바로 ‘무지무욕(無知無慾)’한 상태이다. 만물이 도에 배치되는 상태, 즉 성대하게 되면 ‘조이(早已)’이니 바로 끝날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강대하다는 것은 곧 끝날 때가 가까웠다는 것이니 결코 자랑할 것이 못 되는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 전체를 통해 ‘상(常)’이나 ‘명(明)’ 또는 ‘명(命)’과 같은 이름을 붙인 후에 설명하는 것이 많은데, 첫장에서 노자가 말했듯이 이름이 무엇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노자가 그것을 ‘상(常)’이라 부르든 ‘명(明)’이라 부르든, 결국 결론은 ‘도를 알고 도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을 일컫는 말들인 것이다.

 

앞의 제52장에서 ‘수유(守柔)’를 ‘강(强)’이라 하고 ‘견소(見小)’를 ‘명(明)’이라 하였으나, 이 장에서는 ‘심사기(心使氣)’를 ‘강(强)’이라 하고 ‘지상(知常)’을 ‘명(明)’이라 부르고 있다. 연결지어 풀어보면 ‘상을 아는 것(知常)’은 ‘작은 것을 보며 사는 삶(見小)’과 동격이고, ‘마음으로 기를 부리는 것(心使氣)’은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守柔)’과 같은 말이다.

 

物壯則老에 ‘장(壯)’은 ‘크고, 강하고, 성대하고, 굳센 것’을 의미한다. 만물이 크게 강대해지다는 것은 그만큼 늙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도에 배치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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