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덕경 43 至柔

무위당 2011. 3. 28. 08:58

天下之至柔馳騁天下之至堅

無有入無間

吾是以知無爲之有益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천하에 가장 부드러운 것은 천하의 가장 굳은 것을 몰고 다니고,

유(有)가 없는 것은 틈이 없는 곳에도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무위가 가장 유리함을 안다.

말없는 가르침과 무위의 이로움은 천하에 이것에 미칠만 한 것이 없다.

 

※ 이경숙 해설

‘치빙(馳騁)’은 승마의 고어(古語)이다. 그러니까 ‘지유(至柔:가장 부드러운 것)’가 ‘지견(至堅:가장 굳고 강한 것)’을 말을 타고 다니듯 마음대로 몰고 다닌다는 소리다.


 無有入無間

‘실체와 현상이 없는 것은 틈이 없는 곳도 들어 간다’는 이 말은 ‘지유(至柔)’에 대한 부연이다. 천하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은 마치 아무런 ‘유(有:존재,실체)’가 없는 것과 같아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는 것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실체가 전혀 없는 것이 틈이 없는 곳에 비집고 들어가는 행이 바로 ‘무위(無爲)의 행(行)’이라고 노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무위가 처세에서 가장 유리한 방편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노자와 동시대 인물인 오왕(吳王) 부차(夫差)는 춘추시대의 영웅 중 한 사람으로 손색이 없었다. 월나라를 공격하여 아버지인 합려(闔慮)의 복수전을 하고, 월왕 구천(句踐)을 사로 잡아 신하로 만들었으며, B.C 489년에는 진(陳)나라를 쳤고, B.C 485년에는 제(齊)나라를 쳐 남비(南鄙) 땅을 빼앗았다. 부차는 주위의 가까운 작은 나라들을 신하 부리듯 함부로 대했다. 노자가 말하는 강하고 굳은 사람이었다. 이런 부차를 마음대로 몰고 다니다 결국 전쟁에 지고 자결하도록 만든 것이 월왕 구천이 보낸 서시(西施)라는 오랑캐 여자였다. 가장 천하고 부드러운 여자가 가장 귀하고 강한 오나라의 왕을 고소대(故蘇臺)에서 마음껏 농락하였으며, 불필요한 수많은 전쟁으로 내몰아 마침내 고소대에서 월군에게 포위당하여 패망케 했다. 구천의 재상이었던 범려(范蠡)의 계책이 성공하였던 것이다. ‘서시’라는 가장 부드러운 것으로써 ‘부차’라는 가장 굳고 강한 것을 쓰러뜨린 것이다.

한고조의 책사였던 장량(張良)은 외모가 여자처럼 아름답고 체구가 작았으며, 그 성격도 유순하고 부드러워 칼을 쓰거나 창을 다룰 줄 몰랐던 사람이다. 하지만 장량은 경포와 팽월 같은 범처럼 사나운 초나라의 장수들을 거두어 장기판의 졸처럼 부렸으며, 천하의 군략가인 한신(韓信)과 천하제일의 장사였던 항우(項羽)를 싸우게 만들어 마침내 해하성(垓下城)에서 항우를 죽이고 유방으로 하여금 천하를 통일하게 했다. 장량의 처세를 보면 ‘지유(至柔)가 치빙지견(馳騁至堅)’함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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