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도경 26 重靜

무위당 2011. 2. 23. 09:08

重爲輕根 靜爲躁君

是以聖人 終日行不離輜重

雖有榮觀燕處超然

奈何萬乘之主而以身輕天下

輕則失根 躁則失君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이고, 고요함은 조급함의 임금이다.

때문에 성인은 종일토록 행(行)해도 수레에서 무거운 짐을 내리지 않는다.

비록 영화가 눈앞에 있다 하여도 그것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취한다.

어찌하여 몸을 만승의 임금처럼 두지 않고 천하에 가볍게 할 것인가?

가벼우면 곧 본(本)을 잃고, 조급하면 곧 임금의 자리를 잃는다.

 

輜  짐수레 치     燕  제비 연, 편안할 연      

 

※ 이경숙 해설

‘불리치중(不離輜重)’에서, ‘리(離)’라는 동사의 주체는 성인이 아니라 치(輜:수레)와 중(重:수레에 실은 짐)이다. 성인은 ‘가벼운 수레처럼 경쾌하고 빠르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짐이 잔뜩 실린 무거운 수레처럼 둔중하고 묵직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초연(超然)’은 주위의 환경이나 주변의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奈何萬乘之主 而以身輕天下

몸을 가벼이 경망되게 굴지 말고, 만승의 군주처럼 몸을 무겁게 두라는 것이다. 결코 왕이나 임금을 가르치는 소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실군(失君)’은 임금을 잃는다는 소리가 아니다. 임금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는 실권(失權)이다. 몸을 무겁게 가지면 누구라도 만승의 천자가 될 수 있는데 가벼이 촐싹거리면 그런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것이다.

‘군(君)’은 실제 임금이나 왕의 자리가 아니라 임금이나 왕처럼 존귀한 것이다. 이 존귀함은 세속적인 권력이나 지위와는 관계없는 인격적 존귀함이다. 노자는 모든 사람이 몸을 지키기를 도(道)에 따르고 행함을 덕(德)에 벗어나지 않으면 만승의 군주와 같다고 말하고 있다. 디오게네스는 남들은 모두 거지라고 말하였지만 알렉산드로스와 같은 높이에서 살았던 군(君)이었다. 그것이 바로 ‘스스로 그러한 만승지주’이다. 남루한 옷을 걸치고 세끼 밥을 겨우 먹어도 만승천자와 같은 사람이 있고, 비단옷에 호의호식하며 수많은 시종을 거느려도 거지와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노자가 자연(自然)을 되풀이 강조해온 까닭은 바로 인간의 가치라는 것은 남들이 불러주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러한 데’ 있음을 말하기 위함이 있다. 임금으로 살고 거지로 사는 것은 세상이 그 앞에 엎드려 조아리거나 천대하여 멸시하는 것에 관계없이 자신의 스스로 그러함이 결정하는 것이다. 스스로 천자인 자 천자이고, 스스로 거지인 자 거지이다.

 

 

 

 

'老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경 28 大制   (0) 2011.02.25
도경 27 要妙   (0) 2011.02.24
도경 25 道法   (0) 2011.02.22
도경 24 贅行   (0) 2011.02.21
도경 23 希言   (0) 2011.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