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도경 19 素樸

무위당 2011. 1. 31. 08:41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絶巧棄利 盜賊有無

此三者以爲文不足

故令有所屬

見素抱樸 小私寡欲

 

성(성스러움으로 추앙받는 것)과 지혜를 끊고 버리면 오히려 백성의 이익이 될 것이요.

인의를 끊고 버려야 백성들이 자효에 돌아올 것이다.

기교와 이익될 것을 없애면 도적이 있을 수 없으니

이 세가지는 글로 다하여 말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이 각자 몸 둘 곳이 있게 하고

소박한 것만 보게하며, 질박한 것만 갖게 하고, 개인적인 것을 줄이며, 하고자 하는 바를 적게 해야한다.

 

※ 이경숙 해설

絶聖棄智 民利百倍

'성(聖)을 끊고 지(智)를 버리면 백성의 이익이 백배할 것이요’라는 뜻이다.

이 장에서 노자가 끊거나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모두 여섯 가지 이지만, 묶어서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하나가 성(聖)과 지(智)이고, 둘이 인(仁)과 의(義)이고, 그 셋이 교(巧)와 리(利)이다.

‘성(聖)’이란 글자는 노자가 말해왔던 ‘성인(聖人)’의 ‘성(聖)’이고, ‘지(智)’는 앞장에서 언급한 ‘혜지(慧智)’의 ‘지(智)’다. 노자는 지식을 의미하는 ‘지(知)’는 늘 없는게 좋다(無知)고 주장해왔지만 ‘지(智)’는 지식과는 조금 다른 ‘깨달음’과 같은 의미로 쓰고 있어 오히려 가치를 두는 글자이며, ‘지(智)’와 ‘성(聖)’은 노자가 추구해왔던 두 가지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제일 먼저 끊고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聖)’과 ‘지(智)’도 추구해야 할 어떤 가치나 덕목으로 삼는 순간 유위(有爲)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의라는 덕목으로 인하여 숱한 사람이 죽었다. 전쟁에 나가 죽고, 역적이라고 죽고, 인의를 내세워 사람을 핍박하고, 예수의 십자가를 앞세워 벌어진 수 많은 전쟁과 살육 등등. 그 성스러운 성(聖)이 하나의 가치로 자리잡는 순간 그것은 백성을 괴롭히는 괴물로 둔갑한다는 것을 노자는 알고 있다.

그래서 노자는 성인(聖人)을 말하고 큰 지혜를 말하면서 그것을 끊고 버려야 백성이 편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자의 위대함이다. 지금 노자도 ‘도(道)’라는 것을 말하지만 그것에 가치를 두면 나중에는 자신의 ‘도(道)’가 백성을 잡는다는 것을 통찰하고 있음이다. 여기서 노자는 ‘나의 도(道)를 가지고 백성을 괴롭히지 말라! 나의 지혜를 가지고 백성을 잡지 말라!’하고 부르짖는다.

석가세존이 말한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너고 나면 그 뗏목을 버려라’는 가르침을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絶仁棄義 民復孝慈

'인을 끊고 의를 버려야 사람들이 효성과 자애로 돌아온다’라는 뜻이다.

인의는 사람을 지사로 만들고 충신으로 만들고 의로운 인간으로 만드는데, 이런 인간은 부모 가족들 가슴에 못 박는 인간들이다. 의로운 인간치고 식구들 고생 안 시킨 인간 없다. 계백이 그랬고, 사육신도 그랬고, 일제시대 독립운동 지사들은 처자식에게 가난과 무학의 고통을 주었다. 사회정의를 위해 데모하다가 잡혀가고 죽으면 그 부모들 가슴에 남는 것은 회한과 슬픔이다. 인의는 자효를 거름으로 해서 피는 꽃이다. 인의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가정에 불효자와 무책임한 아버지와 무정한 남편을 만들었나를 생각해 보면 노자의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인의에 목숨 걸지 말고 식구들한데나 잘하라’고 말하고 있으며, 인의를 가르쳐 그런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을 만들지 말고 그런 사람들이 없어도 좋은 사회, 그저 효행하고 자애로운 부모가 되는 것으로 모든 사람이 자기의 할 일을 다 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노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노자의 가르침이다.

 

絶巧棄利 盜賊有無

‘아름다움을 끊고 이익을 돌아보지 않는 세상에는 도적이 없다.’

‘교(巧)’의 반대어가 ‘박(樸)’이다. ‘교(巧)’는 교묘하게 만들어진 아름다움이다. 보석이 그러하고 잘 지어진 집과 아름다운 옷이 그런 물건들이다. 그런 것을 없애라는 뜻이다.

 

所屬   ‘몸 둘 곳’, 즉 ‘그 속하는 곳’은 좁게는 가정이고, 넓게는 안정된 삶을 살아갈 터전이다.

 

見素抱樸 小私寡欲

검소질박한 생활을 하게 하고 사사로움과 추구하는 것이 적게 해야 한다.

‘검소한 것만 보게 하며, 질박한 것만 갖게 하고, 사사로움을 줄이고, 하고자 할 바를 적게 하여야 한다.’라고 노자는 말하고 있다.

‘소사(小私)’는 ‘사사로움을 적게하라’는 뜻이다. 개인적인 사유재산이 많아지면 빈부격차의 원인이 되는 것이며, 보다 많이 가질려 하고, 보다 많이 가지기 위하여 더 현명해 지려하는 경쟁이 인간사회를 피폐하게 하고 살벌하게 하는 주 원인이다.

‘과욕(寡欲)’은 ‘금욕’ 또는 ‘절제’와 비슷한 의미이다. ‘하고자 하는 것을 줄여라’는 뜻인데, 제12장의 ‘위복불위목(爲腹不爲目)’의 의미와 상통한다.

 

 

 

 

 

 


'老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경 21 道德   (0) 2011.02.11
도경 20 食母   (0) 2011.02.01
도경 18 大道   (0) 2011.01.28
도경 17 太上   (0) 2011.01.27
도경 16 不殆   (0) 201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