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도경 17 太上

무위당 2011. 1. 27. 09:42

太上下知有之

其次親而譽之 其次畏之 其次侮之

信不足焉 有不信焉

悠兮 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최상의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하는 사람이고,

그 다음은 백성들이 가까이 하며 칭송하는 사람이고,

그 다음은 백성들이 두려워하는 사람이며,

그 다음은 백성들이 업수이 여기고 깔보는 사람이다.

믿음이 부족해지면 결국 믿지 못하게 되니,

염려스럽도다, 그 말의 귀함이여.

(말을 멋있게 꾸며대지 말고) 공이 이루어지고 일이 끝난 후에는 

백성들이 모두 ‘내가 저절로 그리되었다’ 말하게 하라.

 

侮  업신여길 모     悠  멀 유

 

※ 이경숙 해설

노자가 말하는 성인정치(聖人政治)의 핵심이며, 앞서 나왔던 성인지상(聖人之象)들, 즉 ‘처무위지사(處無爲之事),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 생이불유(生而不有), 위이불시(爲而不恃), 장이부재(長而不宰)’가 실현된 결과이다.

 

悠兮 其貴言

‘염려스럽도다, 말의 그 귀함이여’에서 귀언(貴言)을 ‘말의 소중함’ 또는 ‘귀하고 가치 있는 말’등으로 받아들이면 다음 문장과 연결이 안된다. ‘염려 스럽다’고 말한 귀언(貴言)은 ‘통치자의 말’이다. 지도자나 통치자의 말이니까 귀한 말일 수도 있고, 귀하게 꾸며 놓은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번지르한 말들이 무척 염려스럽다는 말이다. 그 귀한 말들이 아래 사람들에게 ‘신부족(信不足)’을 가져오고 ‘불신(不信)’하게 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자기 딴에는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고 신뢰를 받으려고 하는 말이겠지만 ‘그 말이 과연 귀(貴)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그래서 노자가 하는 말은 ‘귀언(貴言)’보다 ‘무언(無言)’이 낫다는 것이다. 암만 귀한 말도 염려스러우니 차라리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래에 나온 문장처럼 하라는 것이다. 즉 ‘공을 이루고 일이 끝나도, 백성들 모두 내가 절로 그리 되었다고 말하게 하라’이다.

지도자(통치자)가 말로 떠들어 ‘자기가 그리 되게 했다’고 하는 것이 바로 귀언(貴言)이다. 이 귀언이 많아지면, 즉 통치자의 말이 많아지면 그럴수록 통치자의 역할이 커지고, 역할이 커지면 책임도 무거워지고, 책임이 무거워지면 도망갈 구멍도 마련해야 하고, 일이 잘못되면 거짓말도 해야 되고, 더러는 희생양을 만들어 대신 죽을 놈을 만들어야 되고, 그러다 보면 점점 믿음에 금이 가서 나중에는 못 믿을 놈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리석은 짓 하지말고 묵묵히 하되 일이 되고 나서도 칭송 같은 것은 기대하지도 말고 사람들이 모두 자기가 저절로 그리 되었다고 여기게 하라’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하지유지(下知有之)의 첩경이다.


 

 

 


'老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경 19 素樸   (0) 2011.01.31
도경 18 大道   (0) 2011.01.28
도경 16 不殆   (0) 2011.01.26
도경 15 道者   (0) 2011.01.25
도경 14 道紀   (0) 2011.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