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앞에 앉아 물소용돌이를 바라본다.
소용돌이 패턴이 유지되어 모습이 있는 것 같지만,
그 패턴의 본성은 텅 비어있다.
왜냐하면 그것의 본성은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또 소용돌이는 가운데 가상의 중심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은 아무런 실체가 없다.
그 중심 역시 그저 에너지를 하나의 축으로 모으는
가상의 임시적인 현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물소용돌이가 진정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러한 모습의 움직임, 즉 하나의 과정이 있을 뿐인가?
‘나’라는 임시적 현상 역시 하나의 소용돌이와 같다.
그것은 사람마다 특이한 패턴으로 유지되며
개별적인 모습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개성적인 패턴의 본성은 텅 비어 있다.
그 본질은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생명력에는 개별성이 없다.
또한 ‘나’라는 개인성의 핵심에는
‘주체감’이라는 가상의 중심이 있는 듯 하나
그것 역시 아무런 실체가 없다.
마치 물소용돌이의 둥그런 중심과 같이
의식적인 ‘나’라는 중심 역시
찾아보면 찾아지지 않는,
그저 생명의 힘을 모으는
축軸의 역할을 하는 기능일 뿐이기 때문이다.
- 월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