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일기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무위당 2011. 3. 16. 10:25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 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 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 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 -

 

 

無爲 自然을 노래하는 노자 말씀을 떠올리는 명시다.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우리는 서로 밀착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부부지간 일심동체, 부모자식지간 일심동체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상대는 독립 존재가 아니라 자기 일부가 되고 소유의 대상이 된다.

상대를 자기 소유라는 생각으로 구속하기 시작하면 서로 간에 갈등이 생기고 점점 멀어져

가장 가까운 사이가 결국에는 파경에 이르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보편화 되어, 요즘 이혼이 급증하고 부모자식지간 패륜 사건이 빈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는 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공간 사이로 천지기운이 통하고 각자의 영혼이 성장할 수 있다.

 

오는 사람 안 말리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는 장자의 경지와 통하는 데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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