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佳兵者 不祥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是以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兵者不祥之器 非君子之器
不得已而用之 恬惔爲上
勝而不美 而美之者 是樂殺人
不樂殺人者 不可以得志於天下矣
吉事尙左 凶事尙右
偏將軍居左 上將軍居右
言以喪禮處之
殺人之衆 以悲哀泣之
戰勝以喪禮處之
대저 훌륭한 병기일수록 상서롭지 못한 것이니
만물이 항상 싫어하는 바라, 그러므로 도를 지닌 자는 그것을 몸에 담지 않는다.
그래서 군자는 평소에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병장기를 쓸 때는 오른쪽을 귀히 여긴다.
군대와 병기는 상서롭지 못한 것이니 군자가 쓸 도구가 아니다.
부득이하게 이를 쓸 때는 조용히 불타는 것을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
이긴다 하여 아름답지 않은 것이며, 이를 아름답다 하는 자는 사람 죽이는 것을 즐기는 것이니,
사람 죽이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천하에 병기(兵器)로써 뜻을 얻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길한 일에는 왼쪽을 숭상하고, 흉한 일에는 바른쪽을 숭상한다.
편장군은 왼쪽에 있고, 상장군은 오른쪽에 있으니,상례에 준하여 말해지는 것이다.
사람을 많이 죽였다면 마땅히 슬퍼하며, 불쌍히 여겨 눈물 흘릴 것이니,전승(戰勝)은 상례와 같이 임해야 한다.
恬 편안할 염, 조용할 염 惔 탈 담
※ 이경숙 해설
오른쪽을 높이는 것은 군사(軍事)와 더불어 여러 흉사(凶事)의 법도가 그러했다. 그래서 노자는 오른쪽을 귀히 여긴다는 것으로 군사(軍事)가 상서롭지 못하다는 비유를 들고 있는 것이다.
염담(恬惔)’은 ‘조용히 타오른다’는 의미이다. 어쩔수 없이 병기(兵器)를 사용할 때는 ‘조용히 타는 불처럼 하는 것을 으뜸으로 여기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 ‘염담’은 사람이 화력과 불길을 조절할 수 있는 불을 말한다. 대부분의 병난(兵難)은 사람이 이를 제어할 수 없는 화마(火魔)가 되고 만다. 이런 불길에는 불을 지른 자도 마찬가지로 상하게 되고 피해를 입는 것이다. 나중에는 누가 이기고 진 것이 없이 모두가 참혹해지는 결과가 되기 쉽다. 그래서 노자는 병기라는 불을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용히 타게 하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병기를 사용할 때에는 증오나 적개심 같은 감정을 담지 말고 냉정한 이성을 유지하라는 뜻일 수도 있다.
‘불가이득지(不可以得志)’에서 ‘이(以)’는 ‘~으로써’라는 접속사다. 여기서 ‘이(以)’가 가리키는 것은 ‘병(兵)’인데, 이것이 생략된 것이다. 생략된 한 글자를 넣으면 ‘불가병이득지(不可兵以得志)’이다. ‘병(兵)으로써 뜻을 얻으려는 것은 불가하다’는 말이다. ‘병(兵)’이라는 말이 계속 반복되어 왔기에 생략했던 것이다.
노자 당시에 군대의 편제는 삼분제(三分制)가 주였다. 제후나 총대장이 있는 중군(中軍)을 중심으로 좌군(左軍)과 우군(右軍)의 3대로 나누어 전투를 했다. 좌군의 대장을 편장군, 우군의 대장을 상장군으로 삼아 우군을 좌군의 위에 두었다.
상례에서도 상주(喪主)는 빈소(殯所)의 우측에 서고, 조객(弔客)은 좌측에 서서 서로 예를 올렸다.
싸움에서의 승리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얻은 것이니 결코 기뻐할 일이 아니라 상례와 같이 슬프고 비탄스러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