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常無名樸雖小 天下莫能臣也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賓
天地相合 以降甘露 民莫之令而自均
始制有名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知止可以不殆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
도는 늘 그러한 이름이 없고 비록 박(樸)이 작지만 천하의 신하로서 못하는 일이 없다.
제후나 왕이 이를 지킬 수 있다면 만물이 자신의 귀한 손님으로 대할 것이다.
천지가 서로 교합하여 감로가 내리고, 백성들에게 내리는 영이 없어도 절로 고르게 된다.
법도가 시작될 때에 이름이 만들어 졌고, 이름이 역시 이미 있다면 그것으로 알기를 그쳐야 하며,
알기를 그친 자리에는 위태로움이 없다.
비유하자면 도가 천하에 있다는 것은 마치 모든 내가 계곡을 흘러 강과 바다로 드는 것과 같다.
雖 비록 수 譬 비교할 비 猶 오히려 유
※ 이경숙 해설
‘막(莫)’은 ‘없을 막, 잃을 막’이지만 ‘이보다 더 ~한것은 없다’는 뜻이다. 즉 부정의 의미가 아니라 강한 긍정의 의미이다. 막대(莫大)는 ‘이보다 더 큰 것은 없다’라는 뜻이며, 막강(莫强)은 ‘이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서의 ‘막능(莫能)’은 ‘능하지 않다’ 혹은 ‘능하지 못하다’의 뜻이 아니라, ‘이보다 더 능할 수는 없다’라는 뜻이다.
‘도(道)가 비록 이름이 없고, 박(樸)이 비록 작은 것이지만 천하의 신하로 쓰이기가 이보다 더 능한 것은 없다’는 말이다.
‘만물장자빈(萬物將自賓)’은 ‘만물이 스스로 귀복하게 될 것이다’라는 뜻이 아니다. 이 구절의 주어는 후왕(侯王)이 아니라 만물(萬物)이다. ‘후왕이 도(道)와 박(樸)을 지키면 만물이 후왕을 자기의 귀한 손님으로 맞이 한다’는 뜻이다.
‘민막지령(民莫之令)’에서 ‘막지령(莫之令)’은 ‘영이 없는’ 즉 ‘법령이 없어도 되는’ 또는 ‘지시나 명령이 필요 없는’의 의미이다. 그러므로 ‘민막지령(民莫之令)’은 ‘국민들에게 법령이나 강제가 없다’는 뜻이다.
제후와 왕이 도(道)와 박(樸)을 지니고 천하 만물이 이를 자기의 손님으로 맞이하게 되면 이는 곧 천지가 서로 합하여지는 것이라 감로가 내리고 백성들은 영(법령)이 없어도 서로 고르게 된다는 것이다.
始制有名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知止可以不殆
도(道)가 비록 이름이 없어도 천하의 신하로 쓰임에 능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법도가 시작되면서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니, 이름이 이미 있다면 그것에서 알기를 그쳐야 한다는 말이다. 이름조차 없는 도(道)가 천하의 신하로 쓰이는 데 부족함이 없으니 이름까지 이미 있는 것들이야 말할 필요가 잇겠느냐는 반문인 것이다. 즉 아는 것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좋고, 그 정도에서 알기를 그친다면 아무런 위태로움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름만 알면 되지 그 이상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
시냇물이 계곡들 사이를 흘러 강과 만나고 마침내 바다에 이르는 것은 알아서 그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知)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연히 그리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후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도 지(知)를 버리고 자연 속에서 무위(無爲)하게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