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가득한 아스라한 들녘
풍요로운 볏가리.
무르익은 대지의 풍성을 함께 하는 듯
탄생의 진통을 겪었던 지난 날을 추억하는 듯
늦가을 달덩이도 저리 탐스럽구나.
안개 속에 파묻힌 듯
여인의 품 같은 대지에
풀 벌레의 배 부른 노래는 점점 깊어가고
나는 젖 문 아해가 된다.
메밀 익는 내음 그윽한 어둠에
살며시 달 그림자 드리워
모든 죽어가는 생명을 품어 안는 대지
더불어 영원히 살고지고.
달빛 가득한 아스라한 들녘
풍요로운 수숫가리.
1978.5.24